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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이제부터는 경제다

트럼프가 달라졌다. 대선 유세에서 경제 관련 발언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에서의 유세는 그의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첫 무대였다. 얼마 전 마라라고 자택에서의 기자 회견이나 일론 머스크와의 장시간 대담에서는 보이지 않던 모습이다.       “당선되면 취임 12개월 이내에 전기료 등 가정용 에너지 가격을 50~70% 내리겠다”, “소셜 시큐리티와 팁 수입은 면세 혜택을 주겠다”, “경제를 활성화해 모든 국가 부채를 상환하겠다”, “취임 1년 이내에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모든 규제를 폐지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    애쉬빌에서 그가 쏟아낸 경제 관련 공약들이다. 이미 소개된 새로운 버전의 ‘트럼프노믹스’에 몇 가지가 추가됐다.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도 있지만 관심 끌기용으로는 그럴듯하다. 물론 이날도 바이든 대통령을 ‘비뚤어진 조(Crooked Joe)’라 조롱하고, “해리스는 인터뷰를 할 능력이 있을 만큼 똑똑하지 않다”는 등 인신공격 발언을 멈추지 않았지만 경제 얘기를 하느라 비중은 줄었다.     트럼프의 변화는 위기감을 감지한 결과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된 해리스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우세를 보였던 ‘스윙 스테이트’들도 어느새 접전 양상으로 변했다. 일부 주에서는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다. 트럼프 캠프 입장에서는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선택한 카드가 ‘경제’다. 경제 분야만큼은 트럼프가 해리스 보다 우위라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유권자들도 경제 분야에서는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경제를 잘 이끌어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이 높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가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하는 듯하다. 일종의 선입견일 수 있지만 기업인이 경제 문제를 더 잘 알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런데 정작 트럼프 스스로는 “그들은 (경제가)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하는 데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제로의 방향 전환은 트럼프 본인의 결정이 아니라 공화당과 대선 캠프의 전략적 선택인 듯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트럼프의 경제 정책, 즉 ‘트럼프노믹스’를 경험한 바 있다.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2017~2020년 사이다. 기억력 탓인지는 몰라도 당시 엄청나게 경제적 호시절을 보낸 것 같지는 않다.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을 인하하고,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중국과 요란한 무역 전쟁을 벌였지만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특별히 나아진 것이 없었다. 이는 트럼프의 임기 중반쯤이던  2018년 9월에 실시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당시 금융정보 업체 뱅크레이트의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2%가 “트럼프 취임 이후 재정상태가 나아진 게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2017년부터 팬데믹 전까지 트럼프 재임 기간 3년 동안의 경제성장률과 바이든 정부와 별 차이가 없다. 자유무역협정 폐기, 세율 인하, 재정 지출 확대, 규제 완화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노믹스’의 성과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남은 대선 기간엔 경제가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도전자인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경제적 실정을 찾아 맹공에 나설 것이고, 해리스 부통령은 방어와 함께 개선안 제시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공화당과 트럼프 캠프의 전략적 선택에 의한 것이지만 오히려 긍정적이다. 서민들에게는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세 현장에서의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언행, 가짜 뉴스 유포, 갈등과 증오 조장 행위도 많이 줄어들 것 같다. ‘경제적 논쟁’은 팩트를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경제 경제 분야 경제 문제 경제 정책

2024-08-15

[부동산 가이드] 트럼프와 경제 전망

트럼프, 그가 더욱 독해져서 돌아왔다. 세계가 주목하는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는 이번 암살 시도로부터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에게 정치적으로 훨씬 강화되고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많은 매체가 차기 대통령으로 트럼프 대세론을 연일 외치고 있다. 미래를 점치는 것은 노스트라다무스가 할 일이지만, 현재 트럼프 대세론에 따른 경제 및 부동산 시장 환경에 대한 전망을 점검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크게 두 가지 기조가 정책에 반영될 것이다. 첫째는 저금리 기조고 둘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중 무역 압박 정책이다. 트럼프는 자국우선주의를 지향해왔다. 이를 현실화하고 정책을 펼치기 위해 자의적으로 변수도 만들어왔다.   트럼프는 저금리 정책을 적용하고 재임 기간 경제부흥이라는 결과물을 재선의 목표로 삼을 것이다. 저금리는 건재한 미국 경제를 형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시중에 돈이 많이 돌아야 주식, 부동산 등 자산은 가치가 올라간다. 자산가격이 오르면 소비와 지출이 늘어난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통화를 늘리고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한 저금리 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금리 정책을 쓰기 위해서는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시장 환경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환경 만들 것이다. 바로 미·중 무역 전쟁을 통해서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압박이 가중될 것이다. 45대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그는 중국에 대한 무지막지한 관세 매기기를 단행했다. 양국 간 무역 전쟁으로 경제는 다소 주춤했지만, 금리는 인하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8년 12월부터 미국 금리는 급속도로 떨어졌다.   물론 100년에 한 번꼴로 발발하는 전염병 코로나는 팬데믹을 야기했고 경제 냉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저금리 기조에서의 정책적 전환이 대두한 시점에 팬데믹은 되레 저금리 기조 유지를 강제했다. 이는 현재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고금리가 투자·실물경기 및 유동성을 급격하게 위축시켰다는 점은 자명하다. 급격한 경기 둔화 전망이 연일 쏟아지는 가운데 저금리를 통한 경기부흥은 향후 누가 대선에서 당선되든 단행해야 할 장기적인 경제 정책 기조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현재보단 금리가 인하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향후 대통령직을 수행할 인물이 안고 가야 할 숙제라는 얘기다. 그리고 역사를 돌아봤을 때 저금리는 부동산 업계는 막대한 수혜를 입어왔다.     천운을 타고난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이번 선거의 핵심구호는 45대 대통령 후보 시절 ‘Make America Great Again’에 ‘Once’를 첨가한 ‘Make America Great Once Again’이다. 목표 실현을 위해 환경을 바꿔버리는 남자. 그가 이번에도 미국판 춘추전국시대를 열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문의: (424)359-9145 제이든 모/ EXP부동산부동산 가이드 저금리 트럼프 트럼프 대세론 경제 정책 현재 트럼프

2024-07-24

[기고] 정치와 경제의 불가분 관계, 그리고 대선

지난달 18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표지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옆 모습 실루엣이었다. 이 주간지는 부편집인 톰 스탠대지가 쓴 38번째 ‘새해 예측(the World Ahead 2024)’를 소개했고, 이 중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트럼프가 될 것”이라는 부분이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뉴욕타임스는 마가(MAGA) 지지자와 공화당 의원들이 이미 트럼프 2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승리하면 1기와 달리 충성심 높은 지지자들로 내각을 구성해 극단적인 정책들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권위주의 정부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얄팍해진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과 연관이 있다. 유권자는 무엇보다 경제에 민감하다. 자본주의 경제 원칙은 공급과 수요 법칙을 따르는 시장의 힘이 경제를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이런 원론대로 움직이지 않고 정치적 영향 아래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미국인의 삶의 질이 지금처럼 개선된 적이 없지만 개인들이 누리는 혜택은 고르지 않다. 올해 3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4.9%에 달했지만, 많은 사람은 이를 체감하지 못했다. 지난 9월 센서스국이 발표한 2022년 가계 수입 통계를 보면 경제적 불평등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소득 상위계층 5%가 전체 가계 수입의 23.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상위 20%로 확대하면 비율은 절반이 넘는다. 반면 소득 하위계층  40%의 소득은 전체 가계 수입의 11.2%에 그쳤다.     이런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 현상은 정치적으로 결정된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1950년대와 1960년대, 밀턴 프리드먼을 중심으로 보수 경제학자들은 낮은 세금과 최소한의 정부 규제가 국민에게 번영을 준다고 주장했다. 이후 1970년대 발생한 석유파동과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의 대통령 당선은 전환점이 됐다. 경제 정책은 무간섭주의, 신자유주의, 시장 친화적, 노동조합 단속 등으로 변화됐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계속된 실책으로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사람이 증가했다. 자본주의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한 실패, 정치적 이유로 공정한 정책을 택하지 않은 실패, 이익 우선주의로 인한 사회의 취약성, 극단주의 득세로 인한 대화와 타협의 부재 등이 지적된다.     현재 미국 경제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고 있고 소득 상승, 직업 만족도 증가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기대 이상의 지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체감 경제가 나빠지면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로 주머니가 얇아진 탓이다. 이는 바이든의 지지율 상승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트럼프와 공화당이 주장하는 경제 위기 주장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현재 신자유주의적 보수 경제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 많다. 트럼프는 자유 무역과 이민 반대 등을 앞세워 농촌과 산업 지역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포퓰리즘적 주장과 달리 부유층과 기업의 세금 감면, 오바마케어 폐지 등 보수적 정책을 펼쳤다.     정치는 경제 정책, 각종 규제, 세금 등 비즈니스 환경에, 경제는 여론, 정부의 정책 선택 등에 영향을 미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리온하트는 “미국의 정치 체계가 오늘날의 문제를 만들었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정치뿐”이라고 주장한다.  불행히도 민주·공화 양당 모두 젊고 유능한 대선 후보를 양성하지 못했다.     만약 정치와 경제 정책을 멋대로 바꾼 전력이 있고, 정치적 보복을 시사하고 있으며, 4차례나 기소된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미래에 대한 예측은 너무 쉽다.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고 갈등과 혼란은 증폭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정 레지나기고 불가분 정치 경제 정책 보수 경제학자들 경제적 불평등

2023-12-03

[중국읽기] ‘자유·국제주의’ 사조의 사망

중국 국무원(정부) 산하 발전연구중심(DRC)은 대표적인 정부 싱크탱크다. 경제 정책을 기획하고 제시한다. DRC가 세계은행과 함께 ‘차이나 2030’ 보고서를 낸 건 2012년 2월이었다. 중국 경제의 장기 발전 방향을 담았다. 보고서 작성을 기획한 사람이 바로 27일 고인(故人)이 된 당시 국무원 부총리 리커창(李克强)이었다.   핵심 키워드는 두 개, ‘시장’과 ‘글로벌’이었다. 보고서는 모든 경제 정책 결정에서 시장을 중심에 두고, 세계 경제와의 동반 성장 체제를 구축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권력층의 주류 사조였던 자유주의, 국제주의가 반영됐다. 리커창이 꿈꾸던 2030년 중국의 미래 모습이기도 했다.   리커창은 보고서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려 애썼다. ‘대중창업 시대를 열자, 모든 사람을 혁신에 뛰어들게 하라!’ 그는 총리 2년 차였던 2014년 9월 톈진(天津)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이렇게 외쳤다. IT분야 청년들이 환호했다.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라는 슬로건은 금방 경제 현장으로 퍼져나갔다.   창업, 혁신 붐이 일었다. 중국은 어느 다른 나라보다 먼저 인터넷 쇼핑을 정착시켰고, ‘인터넷 택시’를 도입했다. ‘베이징에서는 거지도 위챗으로 구걸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그즈음이다. 마윈(馬云)이 당시 세계 최고가로 알리바바를 뉴욕 증시에 상장한 것도 2014년 9월의 일이다. 인터넷 혁명으로 시장은 활력이 돋고, 기업은 젊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리커창 경제’는 바로 그 시간 내부 깊은 곳으로부터 도전받고 있었다. 그해 6월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의 경제 관련 최고 협의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中央財經領導小組)가 열렸다. 소식을 전한 신화통신 보도에 뭔가 특이사항이 하나 있었다. 관행적으로 총리가 맡아오던 소조 조장에 ‘시진핑(習近平)’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 경제 권력은 빠르게 시진핑 일인(一人)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시진핑 세상’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리커창의 ‘대중 혁신’ 대신 국가가 자원을 집중적으로 동원하는 신형 거국체제가 강조된다. 민영기업보다 국유기업에 돈이 몰리고, 글로벌 협력보다 자력갱생이 중시된다. 당(黨)을 앞세운 시진핑의 10년 통치에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중국 정계에 자리 잡았던 자유, 국제주의 사조는 명맥이 끊길 처지다. 대신 ‘중화 권위주의’가 그 자리를 채운다. 리커창의 죽음은 그렇게 자유, 국제주의의 사망과 맥을 같이한다. 명복을 빈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국제주의 자유 자유주의 국제주의 리커창 경제 경제 정책

2023-10-30

“인플레는 경제 정책 아닌 팬데믹이 원인”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탓이라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인사가 반박했다.   10일 CNBC방송에 따르면 헤더 부셰이 CEA 위원은 지난 주말 프랑스에서 열린 엑상프로방스 경제포럼에서 이 방송 기자와 만나 ‘바이드노믹스’와 과도한 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불러온 게 아니냐는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부셰이 위원은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한 일은 팬데믹의 한가운데서 ‘미국구조계획법’(American Rescue Plan)을 마련한 것이었다”며 “그 법은 우리에게 닥친 모든 도전 과제에 대처할 만한 충분한 유연성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 패키지인 이 법은 지난 2021년 1월 발표돼 같은 해 3월 의회를 통과했다.   부셰이 위원은 “우리가 그 일을 끝냈다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높이 치솟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은 그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그런 정책을 도입하지 않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이를 근거로 부셰이 위원은 “따라서 인플레이션의 진짜 원인은 글로벌 팬데믹”이라면서 “그건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력에 관한 문제였다”고 밝혔다.   부셰이 위원은 미국이 필수적인 공급망을 회복하기 위해 “전 세계의 친구와 동맹들에 우리와 협력할 것을 권고한 것”이라면서 “가격 변동성이 큰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 청정에너지로 가자고 권유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정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 “국제 경제가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 문제로부터 벗어나 장기적으로 가격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부셰이 위원은 기대했다. 그는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11개월 동안 둔화하고 있다”며 “미국은 다른 주요 7개국(G7)보다 강한 성장을 목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9%를 넘을 정도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닥친 여파로 지지율 급락을 경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촉발된 원인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상품에 대한 과도한 수요 쏠림과 더불어 수조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관련 부양책을 꼽고 있다.인플레 경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경제 정책 엑상프로방스 경제포럼

2023-07-10

[J네트워크] 미국 안보보좌관이 제안한 새 ‘워싱턴 컨센서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로 분주했던 지난달 27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안보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연설을 했다.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뉴스’는 없었지만, 바이든 정부의 국제 경제 전략의 철학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 32분에 걸친 방대한 연설에서 여러 주제를 다뤘고, 의회·동맹국·중국·미국 국민 등 다양한 청자를 염두에 둔 내용이어서 듣는 이마다 주제를 다르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게는 미국이 제조업 부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보호주의 회귀 및 산업정책 강화를 장기적 전략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으로 들렸다. 설리번 보좌관은 정책 변경을 합리화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 질서를 지배해 온, 무역에 대한 전통적 접근방식은 “과도하게 단순화한 가정”에 기반했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항상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자본을 배분하고, 성장은 불평등을 없애고, 경제 성장은 민주화와 개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 산업은 커졌지만, 제조업이 공동화됐고, 그 결과 반도체 품귀 등 공급망 혼선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워싱턴 컨센서스” 전략을 제안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1989년 경제학자 존 윌리엄슨이 만든 말이다. 워싱턴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미국 재무부가 당시 경제위기를 겪던 중남미 국가들에 개혁 처방으로 제시한 10대 경제 정책을 말한다. 긴축재정, 규제 완화, 외환시장 개방, 국영기업 민영화 등이 포함돼 신자유주의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신자유주의와 결별을 선언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설리번은 새 워싱턴 컨센서스의 모습을 제시했다.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펴 제조업 기반을 다지고, 그다음으로는 동맹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당하게 산업정책을 추구할 것이고, 분명하게 친구들을 뒤처지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 후 청중에선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선 동맹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동맹에 상처를 입히는 것도 피할 수 없는 내재한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설리번은 2차 대전 이후 세계 경제 구조는 명확한 기둥을 가진 파르테논 신전처럼 지었지만, 지금은 비틀고 구부리는 비정형 곡선으로 유명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과 “디 커플링”이 아닌 “디 리스크”를 추구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경제·안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일 수 있다. 박현영 / 워싱턴 특파원J네트워크 미국 안보보좌관 워싱턴 컨센서스 산업정책 강화 경제 정책

2023-05-14

[중앙칼럼] 경제 망치면 정치 생명도 종지부

전세계가 놀란 일이 최근 벌어졌다. 영국의 3번째 여성 총리였던 리즈 트러스가 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한 일이다. 과감한 경제 공약으로 총리까지 오른 그였지만 무모한 경제 정책으로 영국의 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오명을 썼다.   그는 취임 당시 “폭풍우를 헤치고 영국 경제를 재건하겠다”고 단호하게 밝혀 국민의 지지를 끌어냈다. 그 후 보름 조금 넘긴 9월 23일 트러스 정부는 향후 5년간 450억 파운드 규모의 대대적인 감세를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가 내세운 정책은 소위 부자 감세를 통한 낙수효과에 뿌리를 둔다. 즉, 세 부담 감소로 투자가 늘면 소비와 경기도 살아난다는 것이다. 수요 증가로 생산이 늘면 물가 안정화는 물론 세수도 증가해 결국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맞지 않고 이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밝혀진 낙수효과 경제정책에 민심은 분노했다.   가장 큰 문제는 영국 국가 부채가 이미 상당한 수준임에도 이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감세로 발생할 막대한 재정 적자를 메울 대책이 그의 정책에는 없었다. 이 여파는 영국 국채 투매 현상으로 나타났다. 적자 보전 대책이 없으니 당연히 정부는 국채를 추가로 대량 발행해서 적자를 메우려 할 것이라고 시장은 예상했기 때문이다.   영국 국채의 신뢰도는 곤두박질쳤다. 국채 가치의 수직 하락은 금리 폭등과 함께 영국 기축통화인 파운드화의 폭락으로 이어졌다. 금융 1번지를 자처했던 영국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은 물론 영국발 세계경제 위기설마저 나오자 영국 중앙은행은 부랴부랴 국채를 사들이며 겨우 시장을 진정시켰다. 미국 등 다른 국가가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통화 긴축 정책을 펼 때 영국 정부는 실책을 수습하고자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트러스 정부의 현실 인식 부족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부자 감세 정책에 따른 낙수효과는 경기 부양에 큰 효과가 없다는 걸 이미 투자자와 시장은 알고 있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영국을 포함한 전 유럽 국가가 높은 에너지 가격 등 고물가로 고통받는 상황인데 트러스 정부는 서민의 고통을 외면했다. 상위 1%의 부유층을 위한 감세 정책은 영국 국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 트러스 총리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 제2의 대처를 노렸던 트러스는 소울메이트와 같았던 쿼지콰텡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버텼지만 결국 사과도 없이 90초의 짧은 사임 연설로 총리직에 마침표를 찍었다. 신임 총리에는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이 단독 입후보해 무투표로 당선됐다. 수낵 신임 총리는 전 정부의 실책을 지우려는 듯 부자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11월 8일 중간선거가 있다. 연방 상원의원 34명과 하원의원 전체(435명)를 새로 뽑는다. 50개 주 가운데 36개 주의 주지사도 새로 뽑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은 최근 조바심을 내는 분위기다.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데다 실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개스값마저 불안정하다. 이처럼 좋지 않은 경제 여건은 민주당의 중간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여론 조사에서 공화당을 찍겠다는 응답률이 49%로 민주당의 45%를 앞섰다. 1%포인트 차로 앞질렀던 지난달과 비교하면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그것도 선거를 불과 보름여 앞둔 상황에서 말이다. 이를 의식한 바이든 정부는 개스값을 내리라며 석유 기업들을 압박하거나 폭리만 취한다며 맹비난 중이다. 바이든 정부도 트러스 정부의 실패에서 위기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당면한 경제와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민주당 정치인들의 정치 생명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진성철 / 경제부장중앙칼럼 망치면 종지부 낙수효과 경제정책 경제 정책 세계경제 위기설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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